간화선의 현재
토인비가 20세기 최대 사건은 불교가 서구 사회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불교는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구인들은 티베트 불교 수행, 남방 불교의 위빠사나 수행, 그리고 선 수행을 꾸준히 받아들였다. 또한 불교 수행을 심리 치료에 접목하여 새로운 명상법을 개발했고, 의학 분야와 심리 치료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명상의 대중화와 함께 불교와 유사한 수행법이 한국에도 확산되었는데, 특히 위빠사나의 급속한 확산은 주목할 만하다. 서구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현대 명상법들이 국내 정신문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한국 간화선은 이러한 국내외의 치열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수요 중심의 수행이 요구되고 대중을 위한 가르침이 절실히 필요한 이 시대에, 간화선이 현대 사회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물러서지 않고 완전한 부처가 되기를 서원하며 공안을 지닌다. 하지만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러한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은 간화경절문(看話徑截門)의 귀중한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해결책은 짧은 시간 안에 주제에 대한 의심을 통해 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수행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그 안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서 법(法)을 지원하여 수행을 지속하고, 온몸으로 변화를 체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일상을 제쳐두고 수행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대중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간화선 수행은 오늘날 바쁜 현대 사회의 복잡한 삶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간화선이 최고의 경지라면, 그 최고의 가치와 가르침은 현대 사회에 제대로 구현되어야 한다. 모든 인종과 이념이 융합되는 오늘날의 지구촌에서 간화선은 더욱 유연한 포용성을 갖추고 다양한 명상법을 이끌어야 한다.
과거 명안 종사들은 시대정신을 선도하고, 새로운 수행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시대를 선도했다. 간화선은 현대인 각계각층이 요구하는 심법의 완성판으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해야 한다.
간화선 대중화의 핵심은 그 원리에 따라 이끌어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련의 수행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 선지식의 통찰과 방편이다. 방편은 ‘공안(公安)’을 제시하여 즉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의심에 걸리면 꼼짝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공안이 활성화되어 온몸에 의심이 가득 차면 시대의 업에 따라 극복되어 돈오(頓悟)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필연이기 때문이다.
간화선은 무명의 망상을 그대로 두고 수행하는 수행법이다. 무명의 망상을 가라앉히는 일반적인 명상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명의 망상이 일어나는 대로 버리고 오로지 화두에만 집중하도록 한다.
화두의 의심이 성숙해지면 무명의 망상, 졸음 등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결국 마음의 장벽을 뚫게 된다. 화두는 업과 직접 싸울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화선 수행의 성공은 수련생을 처음부터 완전히 막고 마음의 벽에 갇히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큰 죽음을 맞이하고 은산철벽에서 다시 살아난다면 평생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안도감과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내면의 평화를 얻고, 일상생활이 고요해지고, 판단력이 높아지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마치 물살을 따라 떠다니는 조롱박처럼, 장애가 없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선(禪)이 인류 역사에 등장하면서 종교는 수단이 되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기존의 모든 권위는 사라지고 오직 능력만이 기반이 되었기에, 선은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간화선은 인간의 내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최고 경전, 즉 지름길 수행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행법이다. 언제 어디서나, 걷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누워서(行住坐臥 語默動靜)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화선의 세계화 시대로의 희망
마음의 궁극적 경지를 여는 깨달음은 오랜 생명의 진화가 바탕이 된 후에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禪)’은 온 우주의 생명 진화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은 인류가 남긴 정신적, 문화적 유산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간화선이 인간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정확하고, 쉽고, 빠른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시작 이래 인간의 무지를 지혜와 빛으로 바꾸는 이처럼 효과적인 수행법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말법 시대라고 탄식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정보가 공개되는 현대, 누구나 쉽게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는 인간 마음의 황금기가 열리고 있다. ‘간화선의 대중화, 생활화, 세계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성별, 연령,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선지식의 가르침만 따르면 돈오를 쉽고 빠르게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확한 간화선 수행법의 등장으로 ‘깨달음의 보편화, 사회화’의 길이 열렸고, 재가자든 승려든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선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인류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간화선을 잘 보존해 온 대한조계종이 간화선의 세계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다. 한국불교의 간화선 수행법이 널리 알려지고, 전 세계에 ‘선 르네상스’가 일어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