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3. 9. 19:32

붓다(Buddha)의 전생-끝없는 보살행(菩薩行)

<비둘기를 품은 왕의 전생 이야기>

보살은 또 다른 생에는 한 나라의 왕으로 태어나서 가여운 비둘기의 목숨을 살리려고 스스로를 희생한 적도 있다. 오랜 옛날, 훌륭한 인품으로 세상을 다스리던 시비왕이 있었다. 그는 커다란 자비심을 베풀어 수많은 중생들을 보살폈다. 한편, 천상의 신 제석천은 시비왕의 자비심을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부하를 비둘기로, 자신은 매로 변하여 맹추격을 벌인 것이다. 매에게 쫓기던 비둘기가 다급한 나머지 시비왕에게 날아와 겨드랑이로 숨어들자 매가 시비왕에게 말했다. 

 "그 비둘기는 내 먹잇감이오. 어서 내놓으시오. 나는 지금 너무나 굶주려 있소."

 

시비왕이 비둘기를 품고서 말했다. 

 "나는 오랜 옛날부터 모든 생명을 구제하겠노라 다짐했다. 이 비둘기는 나를 의지하고 있으니 네게 내줄 수 없다."

 "대왕께서 지금 모든 생명을 구제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비둘기는 내 먹이입니다. 먹지 못하면 나는 살 수가 없는데, 이런 나는 모든 생명에 들어가지 않는단 말입니까?"

 "네게 다른 고기를 주면 먹겠는가?"

 "갓 잡은 더운 고기라면 먹겠습니다."

 왕은 생각했다. 

'갓 잡은 더운 고기를 구하려면 살아 있는 것을 죽여야 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목숨이 있고 저마다 자기 목숨을 가장 아끼고 보호하지 않는가. 누굴 살리기 위해 누굴 죽여야 할 것인가. 내놓을 것은 내 몸밖에 없구나.'

 

그리하여 왕은 날카로운 칼을 가져와서 자기 다리 살을 베어 매에게 내밀었다. 매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온 세상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대하며 아낌없이 베푸시는 분입니다. 내가 비록 조그마한 새이지만 제대로 따져야 하겠습니다. 저울을 가지고 와서 과연 대왕께서 베어낸 그 살이 비둘기 무게와 같은지를 재봐 주시기 바랍니다."

 왕은 곧 저울을 가져오도록 명하였다. 저울추를 가운데 달고 한쪽 접시에는 비둘기를 얹고 다른 쪽에는 자신의 다리 살을 올렸다. 그런데 다리 살이 비둘기보다 가벼웠다. 왕은 다시 자신의 두 팔과 옆구리 살을 베어서 저울 접시 위에 올렸다. 여전히 비둘기 무게보다 가벼웠다. 하는 수 없이 왕은 몸을 일으켜 저울 접시에 오르려 하였다. 

 

비둘기와 평화

 

그러나 기력을 잃고 발을 헛디딘 바람에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 만에 깨어난 왕은 스스로를 꾸짖었다. 

 "마음아, 나는 오랜 옛날부터 네게 시달리며 생사를 윤회하면서 온갖 고초를 맛보았지만 제대로 복을 짓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진하여 보살행을 할 때이지, 게으름을 피울 때가 아니다."

 이렇게 자기 마음을 꾸짖은 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저울 접시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이 말할 수 없이 기뻤는데 왕이 기쁨을 일으키는 순간 온 세상이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매가 제석으로 몸을 바꾸어 왕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물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이런 보살행을 무엇을 구하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왕 중의 왕이 되려고 하십니까, 하늘의 신이 되려고 하십니까? 아니면 세상에서 그 어떤 행복을 바라서 이런 행을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보살인 시비왕이 말했다.

 "그 어떤 영화로운 즐거움도 구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렇게 복을 지어서 훗날 부처님 도를 구하려고 합니다."

 제석천이 다시 물었다. 

 "대왕께서는 지금 몸이 너무나 상해 있습니다. 혹시 후회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속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지금 대왕의 몸을 보니 기운이 달려서 이내 숨이 끊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그 말씀이 진실한지 어떻게 증명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보살인 시비왕이 서원을 세우며 말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후회하지 않았으니,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입니다. 내 말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면 내 몸은 곧 회복될 것입니다."

 이 서원을 마치자 몸은 곧 회복되었고 전보다 더 훌륭해졌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먹고 먹히는 고리 속에서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하지만 보살은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중생들의 먹이가 된다. 자기희생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으면서 그 선업의 과보로 부처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인욕 하는 수행자의 전생 이야기>

보살은 또 어느 때인가는 숲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리며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살고 있었다. 그때 가리왕이 나라를 다스렸는데 매우 포악했다. 이 왕이 신하들과 궁녀들을 거느리고 숲으로 들어가 노닐다가 어느 결에 잠들고 말았다.

 궁녀들은 잠든 왕을 버려두고 숲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단정하게 앉아 깊이 사색에 잠긴 수행자를 보게 되었다. 그 모습에 저절로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서 꽃을 따서 수행자에게 흩은 뒤에 둘러앉아 법문을 청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잠에서 깨어난 왕은 사방을 둘러봐도 궁녀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네 명의 대신들을 거느리고 찾아다녔다. 여인들이 수행자를 둘러싸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화가 치밀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대는 선정을 얻었는가?"

수행자가 답했다.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그대는 자비희사의 네 가지 마음을 얻었는가?"

 "아직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그런 경지를 얻지 못했다면 한낱 범부 중생일 뿐인데 어찌 감히 궁녀들과 어울리고 있는가? 대체 이 숲에서 무엇을 수행하고 있는 중인가?"

보살인 수행자가 답했다.

 "잘 참고 견디는 인욕을 수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곧 칼을 빼 들어 그를 겨누면서 말했다. 

 "오호라, 인욕을 수행하고 있다니, 그럼 어디 시험해 볼까?"

왕은 곧 수행자의 두 손을 잘랐다. 

 "어떠냐? 인욕 할 만한가?"

이어서 수행자의 두 다리를 끊고는 물었다.

 "이래도 인욕을 수행한다고 말할 것이냐?"

 곧이어 그이 귀와 코를 잘랐다. 하지만 수행자는 얼굴빛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수행자의 제자들이 두려워하며 스승에게 물었다. 

 "그런 고통을 당하고도 어찌 인욕 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셨습니까?"

 

청정한 수행자

 

스승인 수행자가 말했다.

 "마음이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는다."

이 말에 깜짝 놀란 가리왕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내게 화도 나지 않고 잘 참고 견딘다고 말했는데 과연 그런지 무엇으로 증명하겠는가?"

 수행자가 말했다.

 "내가 인욕 하는 것이 진실하고 거짓되지 않았다면 내 몸에서 흐르는 피가 젖이 되고, 잘린 팔다리가 예전대로 회복될 것입니다."

 수행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가 젖이 되고 몸은 회복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가리왕은 겁에 질려서 칼을 내던지고 엎드려 말하였다.

"제가 크게 잘못했습니다. 어리석게도 훌륭한 수행자를 욕보였습니다. 제발 저를 가엾게 여겨 제 참회를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수행자는 말했다.

 "대왕은 음욕에 눈이 멀어 칼로 내 몸을 해쳤지만 내 인욕은 땅처럼 굳건합니다. 훗날 내가 부처가 되면 가장 먼저 지혜의 칼로 당신의 삼독을 끊을 것입니다."

 

보살인 수행자는 자신의 말대로 미래 세상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었다. 전생에 가리왕과 그를 따라온 네 명의 대신들이었던 저들을 찾아가 가장 먼저 교화하였으니 그들이 바로 녹야원의 다섯 비구들이다.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온갖 누명을 씌우고 괴롭히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부처가 되겠노라' 다짐한 수행자는 이런 세상에 화를 내지 않고 핍박을 묵묵히 참고 견디었다. 무고한 이를 괴롭히는 자들을 일깨우고 교화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경전에서는 이와 같은 보살행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행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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