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 / 2025. 3. 9. 19:37

붓다(Buddha)의 전생 - 끝없는 보살행(菩薩行)

<황금빛 사슴으로 태어난 전생 이야기>

 아주 오래전 바라나시에 브라흐마닷타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보살은 니그로다라는 이름을 가진 사슴으로 태어났다. 어미 사슴의 태에서 나올 때 온몸이 황금색을 띠었다. 그리고 생김새와 몸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났다. 황금빛 사슴 니그로 다는 오백 마리 사슴 떼를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역시 황금색을 띤 사슴 한 마리가 오백 마리 무리를 거느리며 살고 있었고 이 사슴은 사 카라고 불렸다. 

 

 그런데 사냥을 좋아한 브라흐마닷타왕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했다. 그래서 온 나라 사람들에게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자신을 위해서 날마다 사슴 한 마리를 사냥해서 바치도록 명했다. 

 "왕의 명을 따르려면 생계를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넓은 동산에 사슴 떼를 몰아넣고 가두자. 그러면 왕에게 매일 한 마리씩 먹잇감으로 제공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니그로다 사슴의 무리와 사카 사슴의 무리가 살고 있는 둘레에 커다란 그물을 쳐놓았다. 그런 뒤에 그 속으로 사슴들을 몰아넣고 왕에게 보고했다. 브라흐마닷타왕은 동산으로 나아가 이 광경을 보았다. 황금빛 사슴 두 마리를 보고 감탄하여 명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두 마리는 죽이지 말라."

 

그 뒤로부터 왕은 몸소 동산으로 나아가 사슴 한 마리를 활로 쏘아서 잡았다. 어떤 때는 요리사를 시켜 사슴 한 마리를 활로 쏘아 잡도록 명했다. 사슴들은 활을 보기만 해도 죽음의 두려움에 떨며 도망쳤다.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병들고 쇠약해지다 죽어가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니그로다 사슴이 사카 사슴에게 가서 말했다. 

 "수많

황금빛 사슴 니그로다

은 사슴이 화살을 피해 도망 다니다 오히려 죽어가고 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순서를 정하자. 하루는 우리 무리에서, 다음 날은 그대의 무리에서 차례로 자원하기로 말이야. 희생하면 순서가 아닌 사슴들이 공연히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카 사슴도 동의했다. 그리하여 순서를 정해서 두 무리 가운데 차례로 한 마리씩 자원하였다. 순서가 된 사슴이 얌전히 엎드려 있으면 요리사가 끌고 갔다. 

 어느 날 사카 사슴 무리 가운데 새끼를 밴 어미 사슴의 순서가 되었다. 어미 사슴은 자기들의 우두머리인 사카 사슴에게 가서 애원했다. 

 "나는 지금 새끼를 배었습니다. 새끼를 낳으면 둘이서 순서를 받을 테니 이번에는 건너뛰게 해 주십시오."

 사카 사슴은 말했다.

"그대의 순서를 다른 이에게 넘길 수는 없다. 그대가 희생하라."

 어미 사슴은 보살인 니그로다 사슴에게로 가서 다시 한번 애원하였다. 그러자 니그로다 사슴이 말했다.

"그대는 돌아가시오. 내가 그대의 순서를 건너뛰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나아가 목을 길게 빼고 엎드렸다. 요리사가 이 광경을 보고 왕에게 보고하였다. 왕은 즉시 달려와서 보살인 니그로다 사슴에게 물었다.

 "사슴의 왕이여, 나는 그대의 목숨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대가 여기에 누워 있는가?"

 "대왕이여, 새끼를 밴 암사슴이 와서 순서를 바꿔달라고 청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그의 죽음의 고통을 다른 이에게 덮어씌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 암사슴 대신 여기에 누워 있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 의심도 품지 마십시오. 대왕이여."

 "사슴 왕이여, 나는 그대처럼 인내와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갖춘 자를 인간들 속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일어서십시오. 그대와 저 암사슴의 목숨을 지켜주겠습니다."

 "우리 둘의 목숨은 지켜준다고 하지만 다른 무리의 목숨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사람의 왕이여."

 "사슴 왕이여, 다른 사슴들의 목숨도 모두 지켜주겠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동산 안에 살고 있는 사슴들은 죽음의 두려움에서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동산 밖에 살고 있는 다른 사슴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슴 왕이여, 그들의 목숨도 지켜주겠습니다."

 "대왕이여, 모든 사슴들이 이제 죽음의 두려움에서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그 밖에 네 발 달린 동물들은 어쩌시렵니까?"

 "그 동물들의 목숨도 지켜주겠습니다."

 

사슴 왕 니그로 다는 나아가 하늘을 나는 새들,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의 목숨까지도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왕에게 받았다. 마침내 위대한 보살 니그로다 사슴 왕은 모든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겠노라는 약속을 왕에게 받은 뒤 오계를 권하며 말했다. 

 "정의를 행하십시오, 대왕이여. 부모, 자식, 바라문이나 장자들, 도시와 지방 사람들에게 정의를 베풀고, 평등하게 실행한다면 다음 생에는 좋은 곳, 천상으로 갈 것입니다."

 

니그로다 사슴 왕은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는 노래와 함께 며칠에 걸쳐 왕에게 법문을 들려주었다. 그런 뒤에 사슴 무리를 이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보살인 니그로다 사슴 왕은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잘 지내었다. 사슴들과 함께 자신들이 지은 업을 따라서 다음 세상에 태어났다.

 

브라흐마닷타왕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동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당연하게 즐겼다. 그러나 그 후로  살생을 멈추었다. 왕의 명에 따라 살생을 저질러야 했던 이들도 살생을 멈추고 생명을 돌보게 되었다. 사슴으로 태어난 보살은 약한 사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살생을 멈추는 선업으로 나아가게 인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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