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양의 자유와 불교의 해탈 - 백두산 암반수(巖盤水)
카테고리 없음 / / 2025. 4. 21. 20:14

서양의 자유와 불교의 해탈

 서구 명상의 새로운 흐름

 서양인들은 현대 사회의 모순 속에서 오랫동안 마음의 '자유'를 갈망해 왔다. 불교가 서양에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서양인들이 전통 종교나 제도 종교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실망감에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흔히 설명된다. 이들은 종종 '개종 불교 신자'라고 불리는데,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기독교가 오랫동안 서양인들에게 전통적인 제도 종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종교를 통해 인류에게 구원과 영적 자유를 약속하는 공허한 약속은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이어졌고, 자본주의 논리의 지배 아래 가속화된 종교의 세속화는 그러한 절망을 더욱 가속화했다. 달라이 라마는 그의 저서 『종교를 넘어』에서 근현대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종교가 자유와 평화보다는 억압과 전쟁을 가져왔다는 점을 안타깝게 지적한다. 사실, 우리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전 세계 전쟁의 상당수는 종교 때문에 발생했다.

 30년 동안 불교와 과학의 대화를 이끌어 온 마음과 생명 연구소를 설립하려는 달라이 라마와 인지과학자들의 의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가 실험을 통해 증명될 수 있는 진리라고 믿는다. 그는 과학이 현대 지식의 원천이며 그러한 탐구의 틀을 제공할 수 있음을 우리가 인정하기를 바란다.

 

 불교가 추구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서양 용어로 현실)은 부처님께서 2,600년 전에 이미 보셨지만, 우리는 전통적인 지혜와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다. 따라서 전통과 현대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과학은 원래 ‘마음 과학’이라고 불렸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마음’이라는 용어는 최근 점차 ‘의식’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대상과 목표는 동일하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깨달음의 중심에 있는 ‘마음’의 본질을 이해함으로써 불교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 할 것이다.

 

 이제 서구 사회의 중심에서 의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깨달음과 깨달음의 종교적 현상을 설명하고, 나아가 이 둘을 결합하여 새로운 해탈의 이상을 제시하려는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불교계 내부가 아니라 서구 사회의 주류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현재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샘 해리스(Sam Harris)를 들 수 있다. 1967년생인 그는 어린 나이에 이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었으며, 뉴욕 타임스 등 유력 매체에 기고하는 등 미국 사회의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다.

 스탠퍼드 대학교 2학년을 마친 후, 그는 불교, 인도 종교, 명상을 공부하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딜고 켄체 린포체와의 만남은 매우 흥미로웠다. 샘 해리스는 1년 동안 두 번이나 침묵 수행을 할 만큼 깊이 수행했고, 11년 후 30대가 되었을 때 미국으로 돌아와 철학 학위를 취득한 후, 곧 UCLA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0년 박사과정 학생 시절 9/11 테러에 대한 대응으로 쓴 책 '종교의 종말'이 세계펜클럽상을 수상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9권의 책을 출판했는데, 대부분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 그의 작품은 종교와 신앙에 대한 비판, 인과관계와 도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정신과 자아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여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그의 가장 최근 저서는 리처드 도킨스와 철학자 대니얼 데닛과 공저한 '신 없음의 과'(2019)과 개인의 영적 영역과 도덕성, 윤리 문제를 결합하고 신앙보다는 이성에 의해 움직이는 미래 사회를 제시하는 ' 메이킹 센스(Making Sense) : 의식, 도덕,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해석'(2020)이다.

 

 그중 2014년 한국에서 출간된 책 '나는 착각일 뿐이다(I Am Just an Illusion)'는 '종교 없이 영성(spirituality without Religion)을 얻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첨단 화면 디자인과 모바일 환경 기술을 적용한 '웨이킹업(Waking Up)'이라는 명상 앱이 2020년 출시되었다.

 

 정확한 사용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시 접속자 수를 보면 매우 인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샘 해리스는 이 앱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메이킹 센스(Making Sense)'의 이름을 딴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팟캐스트는 매우 인기가 많으며 다양한 사회, 정치, 경제 이슈를 다룬다.

웨이킹업 앱의 기본 과정은 28일 동안 매일 약 10분씩의 수행과 약 10분씩의 이론적 담론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철학자, 과학자, 명상가들의 일일 명상이나 가르침을 들을 수도 있다. 그는 미국 위빠사나 명상 센터 IMS를 설립한 세 사람 중 한 명인 조셉 골드스타인을 자신의 직계 스승으로 언급하며, 자신이 위빠사나뿐만 아니라 티베트 족첸 명상도 수련했다고 말한다.

 

 이 명상 앱은 호흡, 마음 챙김, 그리고 자각으로 시작하여, 순간적인 생각이 일어나기 전 의식의 공허한 공간과 그 안에 나타나는 감각적 지각, 감정과 같은 의식의 내용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것을 면밀히 관찰하고 깨달으라고 요구한다. 그는 또한 불이(不二), 공(空)과 같은 유사한 것들을 설명하지만, 불교 용어가 아닌 인지과학과 심리철학의 관점에서 이를 설명한다.

 그는 깨달음을 특별한 신비적 경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수행을 통해 생각, 즉 생각의 본질이 그림자와 환상임을 깨달으라고 요구한다. 우리의 의식은 맑은 하늘과 같으며, 생각과 감정은 사실 무(無)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대승기신론의 '무시무종'의 '홀연염기'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뇌의 기능이지 내가 아다. 그는 감정과 생각은 내 몸과 근육과 같은 감각 기관이 만날 때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흔히 "내가 만들어낸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자유의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명상가들의 등장은 지난 30년 동안 서양 철학, 자연과학, 그리고 의학에서 나타난 마음과 의식에 대한 관심의 산물이다. 앞서 소개한 달라이 라마의 마음 연구소 또한 불교계 내에서 이러한 동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째, 철학 분야에서 마음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서양 철학의 한 흐름인 마음 철학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둘째, 뇌와 인지 기능에 대한 자연과학적 관심인 신경인지 과학의 발전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동안 신경과학 분야에서 의학이 발전한 것 또한 중요하다.

 

 2009년 올리버 색스라는 의학자는 "환각 현상이 우리 마음에 대해 드러내는 것"이라는 제목의 TED 영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찰스 보넷 증후군'이라는 독특한 환각을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를 분석했다(어떤 사람들은 이를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뇌 fMRI를 촬영하여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환각은 실제로 환자의 시신경 이상으로 인한 것임을 밝혀냈다. 그러나 이 현상은 마음의 본질에 대한 매우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한다. 즉, 우리가 보는 세상은 우리의 자아가 아니라 뇌가 지금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경험은 뇌라는 기계가 마음의 화면에 투사하는 것이다.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인간의 고유한 경험에 대한 더욱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해졌다. 이제 해방이나 구원은 더 이상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나의 내면은 내 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은 '의식'으로 축소되고, 마음과 인간의 영성은 종교적, 신앙적 언어가 아닌 현대 과학이 매개하는 언어로 설명된다.

 서구 사회의 전통 신앙을 넘어 영성의 진화로

전통 신앙을 넘어서 영성의 진화로 거듭해가는 서구 사회

  이제 ‘서구 사회’의 전통 신앙에서 신 안에서의 ‘구원’이나 ‘자유’라는 개념은 동양에서는 ‘해탈’이나 ‘각성’, ‘깨달음’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이 자유나 구원은 외부의 존재나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된다. ‘마음’이나 ‘의식’이 ‘자유’로 가는 길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흐름은 서구 사회뿐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 ‘영성가’들의 유튜브 활동을 통해 놀라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비구니 선우 스님은 전 세계적으로 영성의 진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샘 해리스를 과학자, 철학자, 종교인, 혹은 불교도 중 어떤 인물로 볼 것인가? 그는 스스로 불교 신자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삶의 기본 원칙이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현재 삶이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그 결과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제 동양의 오랜 지혜가 완전히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목소리로 전파되고 있다. (샘 해리스는 벤 스틸러를 닮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희귀한 목소리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 샘 해리스와 다른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흐름을 통해 앞으로 인류에게 어떤 새로운 합리적 체계가 제시될지 궁금하다.

 

 그는 우리가 신앙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이성을 믿고 새로운 도덕적 가치를 지닌 미래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 과학, 윤리를 통합하는 체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현재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회적 속박과 제도적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이다. 그 또한 마음의 해방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사회적 모순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가장 원초적이고 직접적인 속박과 고통은 끝없는 생각과 심리적 속박이며,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보고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다름 아닌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苦]의 소멸을 통한 해탈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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