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명의 진화와 불교 - 백두산 암반수(巖盤水)
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9. 18:25

생명의 진화와 불교

 윤회의 시작과 불멸의 복제자

 현대 천체물리학은 우주가 약 137억 년 전 빅뱅으로 특이점(우주의 알)이 폭발하면서 형성되었다고 밝힌다. 그 후 오랜 세월에 걸쳐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과 원소들이 생성되었고, 이들이 분산되고 합쳐지면서 다양한 은하, 별, 태양계가 형성되었다. 우주의 다양한 공간에서 물질들이 복잡하게 모이고 결합하는 우연이 반복되면서 복제 가능성을 가진 분자들이 등장했고, 이러한 분자들이 복제에 대한 욕망, 즉 갈애(tanhá)를 발달시키면서 생명의 순환이 시작되었다.

 40억 년 전 지구 형성 초기에는 지구 곳곳에서 복제 분자에 대한 치열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복제 분자는 따뜻한 작은 연못이나 해저 열수 분출구 주변의 따뜻한 암석층 사이에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최초의 성공적인 복제 분자는 RNA(RNA 세계 가설이라고 함)로 추정되며, 이들은 다른 생체 분자들과 협력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점차 생명을 가진 불멸의 복제자로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복제자의 출현은 필연적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끝없는 윤회(reincarnation)로 이어진다. 지금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도 2,500년 전 부처님의 몸을 통해 흘러갔던 원소들이고, 1,500년 전 원효대사의 몸을 통해 흘러갔던 원소들이다. 같은 물질들이 끊임없이 윤회하며 한 생물에서 다른 생물로 흘러가고, 이와 함께 하나의 생각이 형태를 바꾸어 또 다른 생각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원소들이 어떻게 형태를 바꾸어 점차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띠게 되는지 그 원리를 살펴보자. 

 

 진화론과 자연선택의 끌

진화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는 찰스 다윈이다. 다윈이 생명의 진화를 최초로 주장한 인물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전에도 수많은 자연철학자들이 생명의 진화를 주장해 왔다. 교과서에서 '용불용설'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라마르크 역시 진화론을 주장한 지식인이었고, 다윈의 할아버지인 에라스무스 다윈 역시 진화론을 주장한 자연철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스 다윈이 진화론의 아버지로 인정받는 이유는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이론 덕분에 생명의 진화는 가설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자연선택설에 따르면 생명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종의 기원』은 자연선택의 수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선택을 통한 생물의 진화를 역사적 사실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매우 단순한 자연선택 이론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억 종의 생명체들의 무한히 다양한 진화를 설명할 수 있다. 자연선택 이론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연이 제공하는 자원에 비해 엄청난 수의 자손을 낳는다. 이 자손들은 선천적인 유전적 변이로 인해 다양한 표현형을 보인다. 따라서 제한된 자연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더 많은 자손을 낳는 개체들이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 이 과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유전적 변이가 축적되어 결국 새로운 종이 출현한다.

 

 이러한 자연선택의 힘은 때로는 무자비하게,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작용하여 종의 형태를 변화시킨다. 다시 말해, 지구상의 수백만 종의 생명체는 수십억 년 동안 자연선택이라는 끌에 의해 다듬어지고 다듬어진 끝에 마침내 지구상에 나타난 진화의 최후의 승자이다. 인간은 그 정점에 서 있는 존재이다.

 

 사성제의 원리에 따른 자연선택

 자연선택 이론은 『아함경』에서 설명된 불교의 사성제(四聖諦), 즉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원리와 잘 부합한다.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원리는 중생대 공룡 멸종과 백악기 포유류 번성의 진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공룡은 약 2억 5천만 년 전부터 6천 5백만 년 전까지 지구 생태계에서 가장 극지방에 서식하는 거대 동물이었지만, 혜성 충돌 이후 급격한 기후 악화로 멸종했다.

 

 공룡이 지구 생태계를 지배했던 중생대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으로 오늘날보다 약 5배 높았고, 평균 기온도 오늘날보다 약 10℃ 높았다. 20세기 초 이산화탄소 농도가 330ppm에서 21세기 410ppm으로 증가한 것에 대해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위험에 대해 우려하는 현재 상황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중생대의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식물 생산성을 높였고, 고온은 생물의 대사율을 증가시켜 중생대 기후에 적응한 거대 공룡의 생존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6,5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칙술루브 분화구라는 거대한 흔적을 남긴 혜성 충돌은 지구 기후를 급격히 악화시켜 기온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더욱이 두꺼운 먼지 구름으로 뒤덮인 지구 대기는 식물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켜 공룡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공룡에게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고성제(苦聖諦)가 되었다. 그들은 매일 배고픔과 큰 몸을 유지하는 어려움에 시달렸다. 이러한 고통을 야기한 환경 변화, 즉 식물 생산성 감소와 낮은 신진대사율로 인해 큰 몸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은 고집성제(苦集聖諦)가 되었다.

 

 이후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작은 몸집과 두꺼운 털을 가진 포유류가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집멸성제(苦集滅聖諦)이며, 이러한 포유류가 번성했던 생물의 진화는 고집멸도성제(苦集滅道聖諦)다. 이처럼 지구상에서 일어난 모든 진화적 변화는 고집멸제(苦集滅道)라는 사성제(四聖諦)의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갈애에 의한 세포의 출현과 업과 윤회
갈애에 의한 세포의 출현과 업과 윤회

 복제의 갈망과 업의 시작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동물, 식물, 심지어 박테리아까지, 최초의 복제자와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 이러한 지구 생명체들이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압도적인 증거가 있다. 모든 종은 정확히 20종의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생성하며, 세 가지 염기로 구성된 유전 암호의 의미는 모든 생명체에서 동일하다.

 

 생명체에서 발견되는 D형 탄수화물과 L형 아미노산 형태 또한 모든 생명체가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화석 기록에 따르면 지구 생명체의 공통 조상인 마지막 보편적 공통 조상(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LUCA)은 약 40억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LUCA가 주어진 환경에서 더 많은 후손을 낳기 위해 복제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으며, 이는 카르마의 수레바퀴를 본격적으로 굴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더 많은 후손을 낳으려는 욕구는 필연적으로 자연선택이라는 무자비한 힘을 촉발했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개체, 집단, 심지어 주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카르마를 축적했을 것이다. 이러한 개체, 집단, 그리고 환경 간의 상호작용은 윤회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방향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카르마로 작용한다.


 하나의 엉성한 세포로 시작된 LUCA는 세포 내에서 역할을 나누는 놀라운 방법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진핵세포라는 새로운 유형의 유기체가 번성했다. 약 20억 년 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 분자를 합성하는 광합성 박테리아가 등장하여 산소가 없던 지구 대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 이후 지구 생명체의 에너지 효율은 산소 덕분에 극적으로 증가했고, 생명체의 다양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광합성 박테리아의 진화는 자손의 번영에 대한 생명체의 욕망이 다른 유기체와 환경의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카르마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후 단세포 박테리아는 이웃 세포와의 협력이 자손의 번영에 더 이롭다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협력을 저버린 자들을 처벌하는 메커니즘을 습득했을 것이고, 더욱 정교한 형태의 다세포 생물이 출현했을 것이다. 이 시기는 화석 기록에 약 6억 년 전으로 기록되어 있다. 5억 년 전 식물과 동물이 출현한 이후 일어난 생명의 급속한 진화는 지구 생태계에서 일어난 윤회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수레바퀴의 끝에서, 윤회와 업의 개념을 상상하는 인간들이 나타나 생로병사의 고통과 업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