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구 사회의 불교와 명상 - 백두산 암반수(巖盤水)
카테고리 없음 / / 2025. 4. 11. 17:30

서구 사회의 불교와 명상

초기 역사와 발전

서양 사회, 특히 미국에 불교가 전파된 것은 19세기 중반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민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골드러시 시대에 광산에서 일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하와이와 미국 서부에 정착하여 불교문화를 전파했다. 그 결과, 1875년 샌프란시스코에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건립한 불교 사찰 8곳이 있었다.

 

 1880년대에는 일본 이민자들이 도착하면서 정토진종(淨土真宗)을 필두로 다양한 불교 종파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 승려들이 1912년까지 약 20개의 사찰을 운영하면서 불교는 미국 서부에 체계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미국 서부의 불교가 주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통해 발전한 반면, 미국 동부의 불교는 유럽과의 연계나 철학적 관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불교에 대한 관심은 19세기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대체로 유럽에서 시작하여 미국으로 전파되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프랑스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법화경을 번역하여 불교 철학을 소개했다. 1879년 런던에서 출판된 에드윈 아놀드 경의 《아시아의 빛》은 미국에서도 출판되어 미국 최초의 불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로 인해 불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유럽에서는 1870년대부터 철학자와 신비주의자들 사이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불교는 ​​전통적으로 학계에서 철학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1893년 미국 중부 시카고에서 세계 종교 의회가 열렸고, 일본 임제종의 샤쿠 쇼엔 선사가 불교 대표로 초청되었다. 이때 그의 제자 스즈키 다이세츠가 통역으로 와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폴 카루스를 만났고, 이 만남은 다양한 불교 서적과 경전의 영어 번역에 크게 기여했다.

 

 1894년 카루스는 『붓다의 복음』을 출간하여 불교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측면을 서구에 널리 알렸다. 특히 스즈키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불교를 강의하고 불교 서적을 영어로 번역하여 서구 불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20세기에 티베트 불교가 미국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1949년 몽골 라마 딜로와 게겐이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고, 1955년에는 겔룩파 라마 게셰 나왕 왕걀이 미국에 도착했으며, 1958년에는 뉴저지에 라마 불교 사원을 건립했다. 로버트 서먼, 제프리 홉킨스 등 세계적인 불교 학자들이 이곳에서 공부하며 불교 학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9년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이후 티베트 불교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1960~70년대에는 베트남,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의 불교도들이 미국에 정착하여 사찰과 선사를 세웠다. 1962년에는 《선심초심(禪心初心)》을 저술하여 미국 전역에 선불교를 전파한 소토종의 스즈키 선류가 샌프란시스코에 선사를 세웠다. 1967년에는 소토 선사가 로스앤젤레스 선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선사는 선사와 선실치의 원리를 적용하는 그린걸치팜 선사를 포함해 총 4개의 선사로 확장되었다.

 

 1972년에는 숭산 스님이 로드아일랜드에 프로비던스 선사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명상센터를 보유한 샴발라 선사는 1976년 초감 트룽파 린포체에 의해 설립되었다. 베트남 승려인 틱낫한(Thich Nhat Hanh) 역시 1961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고, 1962년에는 컬럼비아 대학교와 코넬 대학교에서 불교를 가르쳤다. 그 후 베트남, 프랑스, ​​미국을 여행하며 사찰을 건립하고 불교를 전파했다.

 이 무렵 남방 불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명상 센터로 남아 있는 통찰명상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가 1975년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 잭 콘필드(Jack Kornfield), 샤론 샬츠버그(Sharon Schaltzberg) 등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많은 미국인들이 선을 비롯한 다양한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이후 불교 수행은 명상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1979년 존 카밧진(Jon Kabat-Zinn)에 의해 마음 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인 8주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로 처음 소개되었다.

 

 현대적 명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다

 명상의 대중화는 세 가지 주요 흐름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Harrington, 2008).

 

 첫 번째 흐름은 프로이트 정신분석과 선 명상의 융합이었다. 즉, 선 명상은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심리 치료와 결합되었다.

 

 두 번째 흐름은 마하리시의 초월 명상이 의학적으로 연구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를 통해 명상이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중이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초월 명상은 고혈압을 완화하고 심신의 이완 반응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Brown, Forte, & Dysart, 1984).

 

 세 번째 흐름은 존 카밧진의 명상 프로그램 개발로 시작되었다. 카밧진은 MBSR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명상이 심리적 건강을 증진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1995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마크 윌리엄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존 티스데일,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의 진델 시걸은 마음 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 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를 개발하여 정신건강 치료 분야에 적용했다.

 

 이후 2003년 폴 길버트의 CFT(Compassion-Focused Therapy), 2004년 에모리 대학교의 CBCT(Cognitively-Based Compassion Training), 2008년 구글의 SIY(Search Inside Yourself), 2009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CCT(Compassion Cultivation Training), 그리고 2010년 MSC(Mindfulness Self-Compassion)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되고 적용되면서 과학화, 대중화, 그리고 세계화되었다.

 

 특히, 달라이 라마 성하의 제안으로 2004년 설립된 마인드 앤 라이프 연구소는 뇌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명상과학을 발전시키면서 불교와 과학의 만남을 촉진하고 있다.

 

명상하는 미국의 어린 소녀

 한국의 명상 붐과 서구의 영향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된 한 논문은 과학자들이 종교와 명상을 연구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McNamara et al., 2024). 2000년대 초부터 신경과학자들은 명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명상의 대중화에 기여해 왔으며, 이제는 종교적 영성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명상을 객관적이고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명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에서도 불교 사찰뿐만 아니라 종교와 무관한 명상 센터, 학교, 관공서, 기업 등 서구에서 개발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명상이 도입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50억 명이 명상을 실천하고 있으며, 마인드풀니스 박스(http://www.mindfulnessbox.com)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성인의 약 15%가 명상을 한다고 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세계에서 명상을 가장 많이 실천하는 국가는 호주이며, 아일랜드, 스위스, 미국이 그 뒤를 따릅니다. 한국에서도 명상 관련 학과의 증가, 논문 출판 활성화, 앱 사용자 수의 급격한 증가, 유튜브 콘텐츠 활용 등 다양한 형태로 명상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서구에서 시작된 명상의 대중화는 한국에도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심리적 안정과 사회·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과학적 연구와 융합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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