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뻐꾹, 뻐꾹"라고 우는 새의 울음소리가 뻐꾸기 소리라는 것은 알 것이다.하지만 뻐꾸기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는 그 울음소리만큼이나 독특하고 악명 높은 번식 전략 때문일 것이다.대부분의 새는 짝을 지어 새끼를 키우고, 스스로 둥지를 짓고, 낳은 알을 품고, 어미 새처럼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지만, 뻐꾸기는 다른 새, 즉 숙주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이 힘든 일을 물려주는 '탁란'이라는 번식 전략을 가지고 있다.
지구상에는 약 1만 종의 조류가 있지만, 탁란을 통해 번식하는 조류는 약 1%, 즉 약 100종에 불과다. 한국에 오는 탁란 조류는 모두 여름철새이다.즉, 봄에 한국에 와서 탁란을 통해 번식하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한국을 떠나 소위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서 겨울을 난다.
독특한 번식 행동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탁란 조류들의 이동 경로는 위성 추적이 시작되면서 최근에야 밝혀졌고, 한국에서도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의 놀라운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언제, 어떻게, 어디로 이동하는지 최근 확인했다.이동 경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에서 번식을 마친 대부분의 뻐꾸기는 8월 중순에서 9월 초 사이에 서해를 건너 중국으로 이동한다.
중국에 들어온 뻐꾸기는 중국 남부 내륙을 거쳐 베트남 북부에 도착한 후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벵골만에 접한 미얀마 서해안에 도착한다.약 3,000km를 거의 쉬지 않고 비행한 뻐꾸기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듯하다.위험을 무릅쓰고 1,000km의 바다를 빠르게 건너 인도로 가야 할까,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 벵골만을 돌아 인도로 가야 할까?추적된 뻐꾸기들을 살펴보면, 건강한 개체들은 바다를 건너 시간을 절약하는 반면, 건강하지 못한 개체은 돌아 이하며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 남동부에 도착한 뻐꾸기들은 잠시 그곳에 머물렀기에 이곳이 따뜻한 남쪽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약 2주간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최종 목적지는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이었다. 인도 서해안에 도착한 뻐꾸기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벵골 만을 건넜을 때처럼, 바로 눈앞으로 아라비아해를 건너 아프리카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예멘을 포함하는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갈 수도 있었다. 벵골 만 앞까지 돌아갈 수도 있었다. 벵골 만을 돌아가는 것은 비교적 짧았고, 그 지역에는 풍부한 식량이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동을 계속할 만큼 충분한 식량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라비아 반도 사막으로 돌아가는 것은 상황이 달랐다. 사막 한가운데서 필요한 식량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모든 뻐꾸기들은 벵골만보다 훨씬 긴 3,000km의 아라비아해를 건너 아프리카 소말리아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동을 앞둔 인도 서해안의 뻐꾸기들은 몸 상태를 체크하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 날씨 등 모든 조건을 확인한 후 생명을 위협하는 여정을 시작다. 많은 새들이 바다를 건너는 동안 탈진하여 죽거나 바다 한가운데서 강풍에 휩쓸려 잘못된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아라비아해를 단번에 건너 아프리카에 들어온 우리나라 뻐꾸기들은 아프리카 대륙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해 적도를 건너 마침내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서 약 12,000km 떨어진 이곳은 뻐꾸기들이 선택한 따뜻한 남쪽 나라다. 반면에 벙어리 뻐꾸기들은 우리나라를 떠나 바로 남쪽으로 향한다. 그들은 중국 남부와 대만을 거쳐 필리핀과 동남아시아의 여러 섬들을 거쳐 호주 바로 위 뉴기니까지 가서 겨울을 다. 뻐꾸기와 벙어리 뻐꾸기는 생김새가 비슷하고 유전적으로도 가깝지만, 남쪽에 있는 두 뻐꾸기 나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다.
철새들이 어떻게 방향을 찾고 길을 찾는지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많은 관심을 끌어왔다. 이제 철새가 별자리와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여 방향을 찾는다는 것이 밝혀졌고, 더 나아가 터널링과 같은 양자역학이 이 세부적인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뻐꾸기와 다른 탁란 조류들의 이동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의문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 새끼가 숙주 새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 남쪽 나라로 이주할 때쯤이면 어미 새들은 모두 우리나라를 떠난 후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태어난 새끼들은 부모 새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남쪽 나라로 이동해야 한다.
더욱이 이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새가 아니라 주로 밤에 홀로 이동하는 새들이기 때문에, 새끼 새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이동하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지식을 바탕으로 뻐꾸기가 아프리카로, 벙어리뻐꾸기가 뉴기니로 이동하는 과정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새들의 이동 거리와 방향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뻐꾸기를 포함한 철새들은 유전적으로 결정된 방향과 거리를 기계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정해진 목적지를 능동적으로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왜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로 가고 싶어 할까? 그리고 벙어리뻐꾸기 새끼는 적도를 건너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뉴기니로 가는 힘은 무엇일까? 3,000킬로미터가 넘는 광활한 아라비아해를 마주하며 인도 서해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뻐꾸기 새끼는 무엇을 생각하며, 그 길을 건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새의 직관과 선택에 대한 유전 정보가 어떻게 표현되고 나타나는지 설명하려면 진화론적 개념 이상의 것이 필요할 듯하다. 마치 새가 지구 자기장을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는 데 양자역학이 사용되는 것처럼, 양자 생물학적 접근 방식이 하나의 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는 수천만 번의 전생의 마나식(manasik)에 저장된 카르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미의 가르침 없이도 혼자서 그 길을 갈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수많은 개체가 이주한다는 사실은 수천만 번의 전생의 기억 속에서 보편적인 길을 찾게 한다. 철새의 경우, 개체 수가 적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확률이 매우 낮다. 이는 연기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양자 생물학과 진화, 그리고 다양한 생물의 공존
기계론적으로 진화라는 개념은 세대 간 형질의 빈도 변화로 간략하게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세대 간은 부모와 자식 간의 수직적 관계를 의미하며, 형질은 눈 색깔이나 날개 길이와 같은 표현형부터 그 뒤에 있는 유전자형까지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들의 상대적 빈도 변화가 바로 진화이다.
진화는 생물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일반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 정치, 경제, 문화, 개인의 선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개념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을까? 진화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선택, 다윈, 돌연변이, 경쟁, 적응과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단어들은 대부분 경쟁과 선택에 관한 것이며, 결과적으로 진화라는 개념은 경쟁에서의 우월성을 통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자주 사용한다. 그렇다면 진화 가설을 제시했던 다윈, 월리스, 그리고 동시대 사람들은 어떤 의문을 품었을까?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꼈으며, 어떤 질문을 품고 진화라는 답을 찾았을까?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 제도를 포함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을 했고, 월리스가 동남아시아 열대 지역,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오랫동안 생물을 연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본 것은 고향인 영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생물이었을 것이다.
다채로운 개구리, 비슷하지만 다른 부리를 가진 새, 그리고 다양한 파충류와 곤충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품었던 질문은 아마도 이 모든 종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서로 어울렸는가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생물의 다양성과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그 답으로 진화를 제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답변을 볼 때 우리는 다양성과 공존이 아닌 경쟁과 선택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에는 셀 수 없이 다양한 생명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상호 의존하고 공존하며, 때로는 질서 있고 때로는 무작위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뻐꾸기가 이주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주를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여름이 지나면서 먹이로 삼는 털이 많은 유충의 수가 줄어들고, 숙주 새가 더 이상 번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양자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호흡과 먹이 사슬을 통해 탄소와 수소와 같은 기본적인 물질을 공유하고 교환한다. 다시 말해, 불교의 생명 철학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오늘 내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내일은 식물이나 새의 몸속에 있을 수도 있다.
멀리서 지구 생명체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들의 무작위적이면서도 어딘가 질서 있는 모습은 양자 세계의 전자와 양성자의 모습과 유사해 보일지도 모른다. 뻐꾸기와 벙어리뻐꾸기의 이동을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개념을 넘어 양자역학의 메커니즘이 필요하듯이,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며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적 관점과 양자생물학적 관점을 결합해야 할 것이다.
불교와 양자 이론의 유사점이 여러 분야에서 드러났듯이, 양자생물학의 연구 결과를 통해 보이지 않고 신비로운 생명 현상들이 우주의 실체를 증명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